본문 바로가기

육아당

(펌) 내 남편은 택배기사입니다

반응형

(사진 출처 :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얼마 전 네이트판에서 한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10시간도 안되어 조회수가 6만건이 넘게 기록한 글입니다. 제목은 "내 남편은 택배기사입니다."란 글입니다. 한국에서 서비스직이란 을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잘 보여주는 글이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것 같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화제가 되어서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네이트판에서 삭제가 되어 여기 한번 옮겨 봅니다.

 

택배기사 불이익주고 싶다는 글을 읽고 적어봅니다
잘다니던회사 그만두고 택배일 시작한지는 1년여 되었네요
남편이 택배를 선택한건 딱한가지이유
월급쟁이보다 돈이 더된다는거죠..몸은 고되도 한푼이라도 더벌고싶다구요
남편이 하고싶다니 말리진 않았지만
지금은 제발 그만두라고 하고싶을만큼 남편이 안쓰럽습니다
특히 오늘같이 저런글을 보기라도 할때는요..

아침 5시에일어나 먹히지도 않는 아침을 고열량으로 잔뜩먹고 6시에 집에서 나섭니다
아침을 고열량으로 많이 먹는 이유는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 입니다 배가고파지니까 아침이라도 많이 먹는거죠..
도시락도 싸줘보고 최대한 간단히 빨리 먹으라고 빵을 넣어줘도 다시 가져오기 일수라 저방법을 택할수밖에 없었네요

7시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해당지역 택배가 모두모여있는곳에서 세밀한 지역별 분류작업을 합니다
실외에 쫙 깔린 레일 앞에서서 움직이는 물건을 일일히 분류하고 차에 싣습니다
여름엔 땀이 비오듯 흐르고 겨울엔 핫팩으로 추위와 싸우며 분류는 500개이상 차에싣는 물건은 평균 300개 입니다
대충 12시에서 1시에 이작업이 끝납니다
이작업은 보상이 없습니다 즉 돈을 받지못합니다

평균 1시정도부터 배송을 시작합니다
비가오면 비를맞고 눈이오면 눈을맞고 더워도 추워도 밖에서 계속
떠돌아야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을 생수를지고 올라도
가벼운 옷을 1층에 갖다주어도 받는돈은 건당 600원입니다
전화는 하루 300통이상 해야합니다
물론 전화비는 고스란히 기사몫입니다 요즘 0505등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는 무료통화에도 들지않고 따로 과금됩니다
전화를 받지 않으시면 물건을 경비실이나 편의점에 맡깁니다
전화를 받지않아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집으로 무작정 물건을 들고갈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했다간 밤12시가 되어도 다 배달할수가 없어서요
경비실이나 편의점에 맡길때는 경비아저씨의 잔소리(물건 호별로 정리해라,큰거 좁으니 맡기지마라,안찾아간거 자리좁으니 찾아가라고 전화해라등등), 편의점사장의 눈치를 보며 굽신대야 합니다
그편의점에 파는 물건은 맡기지 못하게 하는 사장도 있습니다
그런경우 원래택배를 맡아주지않는곳에 또 굽신거려야합니다
전화를 못받은분들 다시 전화하셔서 갖다주세요
해도 해드리지 못합니다 이미 그지역을 벗어난게 대부분입니다
지하철 노선처럼 정해자 배송 구간이 있는데
다시돌아간다면 배송노선이 엉켜 뒷분들의 배송은 지연되고
바로뒷분이 5분 늦어진다면 맨뒷분은 몇시간이상 딜레이되어
마찬가지로 욕을먹고 밤이되야 집에 올수있습니다

배송을 마치면 편의점택배,개인택배등
수거 접수를 받은것들을 다시 출근했던 물류센터로 가져다놓고
사무실에 다시 들려 그날 배달한 300여장의 송장들을
일일히 스캔하고 정리해놓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평균 7시정도 되겠네요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하루하루 고되게 일하고 돌아오면
고객들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칩니다
맡긴곳에 갔는데 택배가없다 와서 찾아달라
나전화 못받았는데 집에 와이프있는데 왜맡겼냐
다시 배달해달라
어제 주문 했는데 오늘 안왔다 내꺼 온거없는지 찾아달라
물건이 잘못되었다 확인해달라 등등등..
한참을 전화,문자와 씨름하고 저녁을 먹습니다

도와준다고 따라나선날
울고불고하며 그만두라고 난리쳤다가
남편이 금지해서 이젠 도와주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땡볕에 경비아저씨의 훈계를 듣고있던모습
피죤두박스를 지고 5층계단을 오르던모습
조카뻘 아이에게 똑바로 살으란 말을 듣던모습
비오는날 물건이 젖지않게 꼭안고 들어가
있다던 사람이 없어 다시 안고나오는모습..
잘못된 주소나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연락못받았다 다시이주소로 갖다줘라고 소리지르는 사람때문에
퇴근했다가 다시 차에 오르는모습..
전화문자의 욕과 인신공격 무시 막말은 넘쳐나
저는 남편의 폰을 보지못합니다 또 울음이 터지면 남편이 속상해 하니까요..
회사를 그만두고 이걸한다던 남편을 못말린 제가 죄인 같았습니다

힘든걸 알아달라 이것이 아닙니다
남편이 선택한 직업이고 이일로 돈을벌고 우리가 먹고사는건 사실이기에 무조건 힘들다고 징징대는게 아닙니다..

택배이든 식당종업원이든 직장인이든..
모두 자기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고객이지만 내일은 내가 서비스제공자가 될수도있고 그게 나의 가족,친구가 될수도 있죠
근본적으로는 서로가 배려하며 예의를 지키는것이 사람사는것 아닐까요..
그누구도 자기의 밑이 아닙니다 퇴근하고나면 다같은 이웃이고 동등한 사람입니다
돈을 내었으니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아야한다는건 이해합니다
그이상의 것을 요구하는것이 문제입니다..
그이상의 것을 요구하는것까지도 이해한다해도
조금만더 좋은말투, 명령이 아닌 부탁은 어떨까요
택배는 하루에 한개 본인만 받는것이 아닙니다
하루에 300명이 넘는 사람의
모든요구에 맞춰드릴수 없습니다
퀵이 택시라면 택배는 순환없는 버스입니다
뛰어오며 소리치는 손님을 잠깐 기다리는 정도의 서비스는 할수있지만 못탔다고 다시 돌아오라는 요구는 들어드릴수 없습니다
십만원 짜리를내고 당장 거스름을 달라는 요구는 들어드릴수 없습니다
승객을 업어서 의자에 앉혀주고 내려주라는 요구는 들어드릴수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택배체계는 매우 열악합니다
본사와 대리점의 비싼수수료와 5시간여의 분류작업에대한 보상 미지급
터무니없이 싼 택배비 책정에따른 기사의 손실(실제로 쇼핑몰등의 보내는 택배비는 1600~1800원밖에 하지 않습니다)
작업복은 기사가 돈주고 사야하며
직원이아닌 본사와 계약한 자영업이기 때문에 유류비,전화비 모든것이 기사부담입니다
남편이 선택한 직업이지만
괄시 당하고 욕을먹고 말도안되는 요구를 들어주는 남편의 모습은
보기 힘듭니다..
어떤일을 해도..당장 내가하는일도 애환이있고 고된점이있고
누군가의 배려를 받고싶지 않나요?
택배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조금만 조금만 관용을 베풀어주세요
불친절한 택배기사에게 화가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희남편같이 고객의 물건 하나하나를 우리가 먹고살수있는
고마운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몰아가지는 말아주세요
누군가의 남편,아빠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고맙다고 작은 사탕이라도 받아오면 좋아서 사진까지 찍어보내는 제남편에게 살갑게 대해주신 분들처럼
택배기사를 인간대 인간으로 대해주는 감사한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긴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네이트판)

 

우리 한국 사회는 참으로 살기 팍팍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조금이라도 우월한 지위나 입장에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횡포를 부린다거나 배려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욱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을이니까요. 서로를 동등하고 대해주고, 따뜻하게 배려해주고 돕고 살아야만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