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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당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와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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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유독 교육에 관한 전문가가 많다고 합니다. 교육에 관한 관심이 워낙 높다보니 모든 학부모들이 교육전문가를 자처하고, 각계 각층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교육열이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과 6.25 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을 OECD 국가에 속하는 중견 국가로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끊임없이 말합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선적인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감하는교육 철학이 부재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에 대해 대부분의 구성원들을 관통하는 뚜렷한 철학이나 사회 전체가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나 비전이 희미하다보니, 단편적인 현상이나 문제점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없고 전체 교육이 지속적으로 추구해야할 지향점이 없는것 같습니다.

이것은 도대체 왜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자녀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질문했을 때에 부모들이 논리적으로 대답해줄 근거도 궁색해지게 만듭니다.

'부모인 나도 사회에 나가보니 배운 놈들이 출세하고, 가방끈 긴 사람들이 권력을 잡거나 돈을 더 많이 벌고, 남들도 다 하는데 혼자 안하면 경쟁에서 뒤쳐져 도태된다'라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약육강식적 논리에 근거하여 자식들을 무자비하고 힘든 무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주된 원인이 바로 이러한 교육 철학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민족이 그래도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명 민족인데 과연 교육에 대한 철학이 거의 없었을까요? 물론 있었습니다. 불교와 유교가 그 교육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많이 제공했죠. 특히 조선 시대의 유교는 사농공상(士農工商 : 조선 시대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신분을 나눔. 양반, 농민, 공인, 상인의 순서)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과 학문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철학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금도 우리 일상 생활이나 교육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에 대한 많은 가치들이 흔들리고 변한것 같습니다. 서양식 문물이 자발적인 과정이 아닌 타의에 의해 거의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면서 교육에 대한 전통적 철학이나 가치관들도 사라지고, 이 빈자리를 메꿀 새로운 교육철학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여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의 수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그렇다고 지금 다시 조선시대의 유교적 철학관으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저부터도 한자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세대이고, 어릴 적에 종아리 맞고 사서삼경을 뗀 세대도 아니라 사실 유교에서 말하는 가치관과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교에서 말하는 가치들과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여 그 장점을 취하고, 서양적 교육 철학과 융합하여 우리 나름대로의 교육 철학을 정립시켜야 작금의 천민 자본주의와 물질 숭상주의, 무한 경쟁주의에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 교육이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도 아주 얄팍하고 단편적인 지식이지만 공자님의 말씀과 동서양의 교육 철학을 융합하여 연령대별로 올바른 교육 철학과 방법에 대한 저의 짧은 생각을 논해볼까 합니다.

 

 

[0~10세 : Play well의 시기]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놀이가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에서 놀이를 즐기는 것은 일부 포유류밖에 없다고 합니다. 놀이라는 것은 생존에 있어서는 위험성을 증대시키는 것이지만, 놀이를 즐기는 영장류, 돌고래와 같은 포유류가 지능지수가 가장 높다는 것은 그만큼 놀이를 통해 학습하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뜻이겠죠.

놀이를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제스처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법, 남을 기만하는 동작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유추하는 법, 놀이의 재미와 웃음의 전달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법, 룰을 정해서 게임을 하는 것을 통해 사회적 합의와 규칙의 의미를 알게하는 것,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협력과 신뢰의 중요성 등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들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완구회사인 레고사의 교육 철학도 "잘 노는 것이 잘 배우는 것이다"라는 가치를 많이 추구합니다. 그래서 저는 10세 이전에는 무조건 잘 놀아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법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냥 놀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러나 지금은 어릴때부터 비싼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선행학습을 시키면서 채 10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을 점점 앗아가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놀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보장해주어야 합니다. 공부할 때 하고 놀때는 노는 것이 더 기쁜 일이라는 것만 깨닫게 해주고,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에서 말한것 처럼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기인 인성과 예절만 가르쳐도 10세 까지의 교육은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떤 포털사이트에서 읽어본 소아정신과 의사선생님의 글도 비슷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는 가족들간의 긴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우뇌 발달이 더 중요한데, 우리는 선행학습을 통해 좌뇌의 능력을 개발시킴으로써, 아이들의 발달을 망치고 있다고...

또한 우리는 맹모삼천지교라는 일화를 통해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많이 의식합니다. 이것은 자녀를 무조건 강남 학군에서 키우려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도 교육 환경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하고, 서양의 교육철학에서도 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환경은 집에서 부모들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그를 통해 공부와 지식 습득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아이들도 자연스레 따라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10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부모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더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부모가 아이들의 롤모델이며 교과서입니다.

 

 

[10대 : 인생의 뜻을 세우는 시기]

공자는 15세를 지학(志學)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어 인생의 진로를 학문으로 정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실정에서도 만으로 15세면 중3 정도가 되니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선택의 시기가 된다고 보여집니다. 즉 그전까지 다져온 인성과 경험을 통해 자기 인생의 진로를 주체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첫번째 관문이 되는 것입니다.

10살 때 까지야 부모들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되었지만, 이때부터는 슬슬 머리도 굵어지고 반항도 시작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기이니 이때 자기 인생의 진로를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앞으로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요즘은 영재 교육이다 어쩐다 해서 10세 이전에 자녀의 소질을 발견해서 조기에 그 재질을 발현하도록 노력하고들 있습니다만... 영재 소리 들어서 나중에 크게 된 사람들을 별로 보질 못했습니다. 아주 어릴적부터 천재성을 보인 사람들도 평생동안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되어서야 제대로 그 소질을 발휘한 경우가 많죠.

그리고 10세 이전에 뚜렷한 소질을 발현하는 경우야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10대에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의 진로와 목표만 정할 수 있어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여겨집니다. 평생을 자기 인생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사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이 시기에 부모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자녀들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자녀들의 진로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지만, 이로 인한 갈등도 고조되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무조건 어떤 진로를 자녀들에게 강요하거나, 반대로 너무 무관심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둘 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충분한 관심과 배려심을 가지고, 따스한 조언과 충고를 곁들여 올바른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도록 도와주어야겠죠.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교육당국이나 학교도 이때 청소년들의 진로에 대한 충분한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프로그램을 운용하여 아이들이 잘못된 진로와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 진로를 선택하여 한 평생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20대 : 연마의 시기]

20대에는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는 10대 때 많은 공부를 시키고, 20대에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여자친구도 사귈 수 있고, 실컷 놀러도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죠. 한마디로 자식한테 사기치는 일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10대가 공부의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고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도록 하는 시기라면 20대에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분야에 대해 치열하게 실력을 연마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죠.

공자도 30세를 이립(而立)이라 하여, 15세에 학문에 뜻을 둔 후 30세가 되어서야 겨우 학문을 조금 이룰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가장 열심히 공부하여야할 시기는 20대인 것이죠.

20대에는 또한 다양한 실패 경험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우리 청년 세대들은 안전지향적인 직장을 추구하고, 모험심을 가지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성향이 굉장히 약화되었다고들 합니다. 저도 정서적으로는 많이 공감이 갑니다. 도대체 기회라는 것 자체가 우리 청년들에게 주어지고 있기는 한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얌전히 부모말만 들으라고 이야기하며 키웠으니, 청년들이 모험을 감수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은 성장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배웁니다.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를 하면 평생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패를 용납하고 다시 격려하는 문화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를 다시 딛고 일어서겠다는 자신의 의지이겠죠. 이른바 큰 인물이 된 사람들을 보면 한번쯤 뼈저린 실패를 겪지 않거나 힘든 시기를 극복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 실패를 주변 환경 탓만 하면 루저로 머무는 것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아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위너가 되는 것이겠죠.

이렇게 말하면 정말 꼰대 같겠지만, 결국 사람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수립하고 숱한 실패를 극복해야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즉 20대에는 열심히 배우고 익혀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기초를 닦고 사회에 첫 진출을 하면서 다양한 실패 경험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연마하여 보석같이 다듬는 시기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30대 이후 : 평생 학습의 시대]

공자는 자신의 인생 전반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스스로 일어 섰으며, 마흔 살에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 일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으며, 쉰 살에 천명(하늘이 나에게 준 사명)을 알았으며, 예순 살에 귀가 순해졌고(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받아들임), 일흔 살에 마음이 원하는 바를 따라도 법도에 넘지 않았다.”

이 글은 공자가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고 학문의 심화된 과정을 술회한 것입니다. 공자의 이 말로부터, 15세를 지학(志學), 30세를 이립(而立), 40세를 불혹(不惑),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즉 학문이라는 것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며, 평생 자신을 갈고 닦아야 겨우 인격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의 평생 학습이라는 개념과도 맞아 떨어진다고 보겠습니다. 사실 요즘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 정작 20대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는 양보다 나이가 들어 직장에서 공부하는 양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어 지금 공부하는 것처럼 미리 10대, 20대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인생의 판도가 달라졌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고 자식들에게 "공부하라, 공부하라!" 귀가 따갑도록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세상은 평생 지식의 습득을 게을리 하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고, 앞으로도 그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공자가 살던 농경 시대에도 이미 평생에 걸쳐 인성을 연마하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말씀하셨을 정도니까요.

 

 

[결론 : 결국 교육이다]

우리나라가 더욱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나라입니다. 국내 어떤 산업투자보다 교육비에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키워야 나라의 미래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평균 IQ는 전 세계 2등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고 합니다. 인구 수가 적은 1위 홍콩을 제외하면 일본과 1, 2위를 다투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노벨상 하나를 못 받았습니다.

흔히들 OECD 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 10대들의 학업성취도가 상위권이라고 자화자찬합니다. 그런데 공부에 투입되는 시간대비 성취도로 보면 100위권 밖으로 떨어집니다. 나라 전체의 교육에 투자하는 투입자원 대비 효율성(ROI)이 극히 떨어진다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즉 교육에 있어서 과감한 혁신이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는 나라도 되지 못하고, 더 이상 지속가능한 발전도 불가능합니다.

공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들도 많이 바뀌고 반성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고유의 교육철학부터 재정립하고, 무조건적 경쟁주의와 주입식 교육을 없애야 하며, 21세기에 걸맞는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을 갖춘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근본이자 유일한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0년 1월 1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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