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른 무렵 결혼 직전까지 갔던 여자가 있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느라 2년 정도를 롱디를 하다가 다시 고향에 내려갔다.
결혼을 위해 양가에 인사를 드리러 갔지만 우리 집안의 반대와 그쪽 집안의 말못할 사정으로 결혼이 쉽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날 울면서 헤어지자 했다.
밥먹다 헤어지잔 말만 하고 뛰쳐 나가기에 서둘러 계산하고 쫓아 나갔지만
이미 빗속을 뚫고 뛰어나간 그녀는 길가에 서있던 택시를 타고 떠났다.
차를 몰고 그녀 집앞에 가 몇시간을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았다.
매일 찾아가고, 매일 전화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일주일 후 그녀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그 동안 나도 너무 마음이 지쳐 있었기에
이제 헤어지기로 맘 먹었냐는 물음에 그만
"그래... 그러자." 라고 대답했다.
며칠 후 그래도 다시 얼굴은 한번 보고
헤어져야 할 것 같아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만 공허하게 들려왔다.
몇 달을 아파하고 괴로워했다.
사실은 그녀가 나를 더 좋아해 줬었다.
그래서 더 아팠었나보다.
그로부터 2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어느날 회사 사람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먹고 있는데
낯익은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
그때는 011, 019가 있던 시절이었다.
앞자리는 틀린데 뒷자리가 똑같았다.
2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는 번호였다.
전화기 너머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단히 안부를 묻고
" 나 다음 달에 시집간다."고 했다.
나는 충격을 받았고,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마음을 추스린 나는 대답했다.
"그래. 축하하고... 나는 담담주 장가 가.."
그 날은 정말 회사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려고 술을 사는 날이었다.
결혼식이 한달남은 그녀는 어쩌자고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마지막으로 나를 붙잡을 마음이 없냐고 확인해보고 싶었던 걸까?
그후로는 평생 그녀의 연락을 받지도 못했고, 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비오는 날 '이별택시'를 들으면 그 날 한 숟갈도 먹지 못한 간장게장만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