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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김차장의 운수 좋은 날 토요일 늦은 오전, 김차장은 힘겹게 잠에서 깨 위에 좋다는 요구르트 한병을 털어넣었다. 거실 탁자위엔 어제 밤에 먹었던 라면 냄비와 소주병이 뒹굴고 있었다. 속이 쓰려와 헛개수를 한 모금 더 마시고 소파에 털썩 앉으니 현관 입구와 거실에 널부려져 있는 이삿짐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만사가 귀찮아져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소파에 널부러져 베개를 덮고 다시 눈을 감았다. 김차장은 최근 별로 운수가 좋지 않았다. 십년간의 결혼 생활이 얼마전 파탄이 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김차장도 그동안 가정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중견기업 부장이 되기 위해 회사에 몸바쳐 충성하고 매일 야근과 휴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인맥 관리를 위해 회사내 회식과 지인들 술자리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참석했다. 임원진들에게도 충성스런 .. 더보기
코인팔이 소녀 어느 하락장 밤에 있었던 이야기다. 급격한 김프 하락 탓에 거래소에는 일찌감치 인적이 끊기고 매서운 숏 주문들만이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퍼드마저 내려 거리는 온통 빨간 빛이었다. “코인 사세요.” 코인팔이 소녀가 가냘프게 외쳤다. 소녀의 평단은 검붉게 손실이 나 있었고, 머리 위에는 하얀 대출 이자만이 쌓여 있었다. 앞치마에서 코인을 꺼내 들며 소녀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코인 사세요.” 소녀의 외침은 너무 작아 금방 뉴스피드에 파묻히고 말았다. 소녀는 하루 종일 코인을 팔러 돌아다녔다. 그러나 상폐된 코인을 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코인을 파는 소녀를 누구 하나 불쌍하다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코인팔이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코인을 팔지 못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