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일마다 대구에 내려오게 되면 좌석이 별로 없어 KTX 시네마 칸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KTX 일반석보다 7천원 정도 비싸지만,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경부선 중 수원을 경유하여 조금 둘러가는건 요금이 약간 싸서 상쇄가 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용해볼만하죠.
암튼 영화를 원래 좋아하지만, 나에게 영화 선택권이 없다는 점은 가끔 곤혹스럽더군요. 영화관에서라면 분명 다른 걸 봤을텐데 싶은 영화들을 보게 되면 말이죠. 그런데 가끔 별 기대없이 봤다가 재미나게 보는 영화도 있으니 만족해야죠. 입석타고 대구까지 내려오면 엄청 다리가 아프니 그것보단 나으니까요.
이 영화는 1990년 이명세 감독 작품을 리메이크했습니다. 그래서 다소 진부하다는 평들이 많더군요. 평이한 스토리 라인이었구요.
제가 봐도 단막극 드라마를 한편 보고 난 느낌이었습니다. 원작 스토리가 기억도 잘 안났지만, 집들이 장면 등 낯익은 장면들도 많았구요.
그러나 신혼 부부의 알콩달콩한 러브 스토리, 결혼 후 부부의 심리 변화 등을 디테일하게 잘 그려냈습니다. 영화를 추천드리고 싶은 대상은 미래의 결혼을 꿈꾸는 커플, 신혼 초의 로맨틱함을 다시 기억하고픈 부부들입니다.
남주 조정석과 여주 신민아의 연기도 무척 자연스럽고 잘 어울렸습니다. 다만 조정석은 남주로서의 흡입력은 아직 약간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신민아도 연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감정의 섬세한 흐름을 나름 잘 소화하여 그녀의 미모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방해하지는 않았습니다.
잔잔하고 평이하지만 가을날 연인이 데이트 하면서 보기에는 충분히 낭만적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