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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비긴 어게인' - 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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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 데이에 연차를 내고 간만에 가족들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제 아침, 와이프의 갑작스런 제안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비긴 어게인BEGIN AGAIN


원래 어제 아침엔 와이프와 배드민턴을 치기로 했었는데, 와이프 친구 부부가 그 전날 사소한 말다툼으로 시작해 크게 싸워 그 친구를 달래주기 위해 계획이 급변경되었던 것이다. 혼자 나오려는 와이프 친구였지만, 부부를 빨리 화해시키기 위해 이미 나와의 친분이 있던 그녀의 남편도 빨리 뒤따라 나오라고 연락한 후 9시 40분 조조표를 끊어서 같이 보게 되었다.

먼저 두 여자를 입장시키고 영화 시작 직전에 그녀의 남편을 깜짝 등장시켰다.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와이프의 친구는 영화를 안보고 나가겠다고 하여 겨우 우리 부부가 말려 주저앉히고, 그 부부 사이에 우리 부부가 끼여 앉아 냉랭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영화는 시작되었다.

비긴 어게인 포스터비긴 어게인 공식 포스터



영화 줄거리는 스포 방지를 위해 굳이 서술하지 않겠다. 줄거리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보시거나 다른 블로그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런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약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결론적으로 영화는 참 재미있었다. 이제 올레 TV에서도 볼 수 있길래 시간이 안되면 나혼자라도 유료 결제를 해서 볼려고 했던 영화였다. 아직 안보신 분이라면 꼭 극장에서 큰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집중해서 보시길 추천드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나약한 현대인들을 많이 상징하는 캐릭터들이다. 현대인들은 외로움이나 마음의 상처,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견디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의존하거나 집착하게 된다. 타인, 약물, 알콜 등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결국 자기 자신의 의지를 더욱 나약하게 만들어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와 피해를 주게 된다. 의존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타인과의 만남과 교감, 그리고 협력을 통해 그런 악순환을 끊고 다시 시작하는(Begin Again) 사람들에게 관한 이야기이다.

그레타와 남자 친구성공에 대한 큰 희망을 품고 뉴욕에 도착한 그레타와 남자 친구


우선 여자 주인공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를 보자. 싱어송 라이터인 그녀는 자신의 음악 활동보다는 남자 친구(애덤 리바인, ‘마룬5’의 보컬)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바친다. 남자 친구의 음악 활동에 많은 영감과 조언을 주지만 그가 큰 인기를 얻자마자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버림받는다.

A Step You Can't Take Back"A Step You Can't Take Back"을 부르는 키이라 나이틀리


애인에게 처참하게 버림받고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모습으로 낡은 술집 소파에 널부러져 있던 그녀가 친구의 반강제적인 권유로 인해 작은 용기를 내어 자신의 자작곡을 처음으로 작은 무대에서 들려주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거기에서 운명적으로 댄(마크 러팔로)을 만나게 되고 이후 영화는 댄과 함께 세상에 홀로서기를 위한 그레타의 다양한 여정을 보여준다.

음반을 만드는 그레타뉴욕 이곳 저곳에서 자신의 음반을 만드는 그레타

자신만의 재능과 센스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기 두려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하지만 그레타는 그런 두려움을 깨고 도전해야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레타는 영화 초반의 나약한 여성상에서 영화가 진행될 수록 현명하고 자존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상당히 페미니즘적인 영화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뚜렷이 전달하고, 음반사에 종속되기 보다는 음반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세상에 내놓는(애플 스토어에 등록)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한 마디로 영화 '비긴 어게인'을 말하자면 '그레타의 홀로서기'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레타와 바이올렛, 댄아이스크림을 먹는 그레타와, 바이올렛, 댄

특히 나는 영화 중 그레타가 사춘기에 있던 댄의 딸에게 옷차림에 대해 조언해주던 장면이 인상깊었다.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주목받고 싶어 섹시한 옷차림을 즐겨 입던 댄의 딸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입지 말라고, 오히려 남자들이 상상할 여지를 남겨 두라고...

바이올렛의 영화 속 옷차림 변화댄의 딸 바이올렛의 영화 속 옷차림 변화


심지어 헤어진 남친에게 마음을 정리하고 결별의 뜻으로 보낸 노래 한 곡으로 남친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기적(?)까지 보여준다.(이 장면보고 헤어진 남친에게 술먹고 전화해서 노래부르는 여자분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레타를 다시 찾아온 남친그레타를 다시 찾아온 털복숭이 남친



하지만 그녀는 다시 전 남친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더 이상 그녀는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강한 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여주인공이 버림과 상처를 받았다가 어디선가 나타난 멋진 남자 주인공에게 구원을 받는 식의 뻔한 멜로 드라마가 아니라 참 좋았다.

데이브의 콘서트 장면그레타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며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데이브




남자 주인공인 댄도 아내의 바람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가정에서도 내몰리고, 오랫동안 새로운 뮤지션을 발견하지 못해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조차도 쫓겨난 불쌍한 루저다. 그래서 그는 술에 의존하게 된다. 알콜중독자였던 그가 절망의 끝자락에서 우연히 들른 술집 무대에서 그레타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리고 그녀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알아보게 되면서 그에게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그레타와 음악으로 교감하며 새로운 사랑의 감정도 느끼게 되고, 그녀의 음반을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며 오랜만에 직접 앨범 프로듀싱도 하게 된다. 


그레타와 댄그레타와 댄 (이 장면에서 댄의 캐쥬얼한 코디가 참 좋았다)

그레타의 음반 제작을 위한 도전을 통해 도움을 받은 것은 결국 댄 자신이었다. 소원했던 딸과의 관계도 회복하고, 전처와의 사랑도 회복하게 된다. 술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가족들의 사랑에 의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조금 일반적인 수순이라 다소 아쉬웠다. 그도 가족도 순수히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게 더 리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가 그레타와 새로운 연인이 되는 결말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 영화는 등장하는 사람들의 홀로서기가 주제인데, 댄과 그레타가 인연을 맺었다면 그들은 또 서로에게 의존하며 각자 홀로 서지 못하게 되니까...


그레타와 댄의 키스 장면영화에서 편집된 그레타와 댄의 키스 장면


그래서 존 카니 감독은 이렇게 둘이 키스하는 장면을 찍고도 마지막 편집에서는 이 장면을 뺀 것이리라.


​[인상 깊었던 장면]
뉴욕 빌딩 옥상에서의 음반 녹음 장면뉴욕 빌딩 옥상에서의 음반 녹음 장면


이 영화엔 인상적인 장면들과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씬들이 아주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그레타의 음반 제작을 위해 뉴욕 여러 곳에서 음반 녹음을 하던 중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배경으로 보이는 어떤 빌딩 옥상에서 연주를 하던 장면이었다.

댄의 전처와 딸도 초대를 하였는데, 연주 중 댄의 딸도 기타를 연주하게 된다. 댄의 딸은 기대 이상의 훌륭한 연주 실력을 보여주고, 베이스를 치던 댄과 아름다운 합주 장면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난 유독 찡한 감동을 받았는데 마음의 거리가 멀어졌던 딸과 아빠의 화해라는 의미도 있었지만, 댄의 딸도 부모의 결별이라는 가정사로 인해 받았던 사춘기의 상처에서 벗어나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이 장면에서 댄도 굳이 베이스를 연주하는 설정이 들어갔는데 감독은 이를 통해 등장 인물 중 다시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한 장면씩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보여준다.

하나의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습과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다른 악기에 귀를 기울여 박자와 화음을 맞춰야 한다.

사람이 의존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는 감독의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인상 깊었던 음악]
​​

댄과 그레타가 같은 음악을 듣는 장면댄과 그레타가 서로의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같은 음악을 듣는 장면


댄과 그레타가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며 서로의 플레이 리스트에 담긴 음악을 같이 듣는 장면에는 주옥 같은 음악들이 많이 나온다.

영화 '카사블랑카' 포스터영화 '카사블랑카' 포스터



그 중에서도 나는 그레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가장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했던, 영화 "카스블랑카"에 나오던 "As Time Goes By,"가 가장 좋았다. 워낙 좋아하던 클래식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에 등장한 다른 노래들은 너무 낯설었다. (다른 노래들이 나빴다는 것이 아니고, 좋은 노래들이지만 첨 들어보는 노래들이 대다수라 문득 귀에 익숙한 노래가 나오니 너무 반가웠다)

존 카니 감독은 WIRE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노래가 약간의 메세지를 내포하고 의도적으로 쓴 유일한 곡이라고 하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클래식한 명곡을 다시 알게 해주고, 오래된 것들 중에도 좋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 일부러 집어 넣었다"는 것이 감독의 말인데, 젊은이들보다는 신세대 음악에 적응 못하는 나 같은 중년 이상의 올드한 관객들을 조금 배려한 것이 아닌가싶다. ㅎㅎ





와이어지는 해당 인터뷰 기사 말미에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의 애절한 사랑이 결국 이루어지지 않은 영화 카사블랑카처럼 그레타와 댄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않음을 암시하기 위해 집어넣은 음악이 아니냐고 하던데, 정말 그런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러브 스토리는 해피 엔딩보다 아련한 새드 엔딩이 더 사람들의 마음에 아쉬움을 남기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는것 같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친구 부부의 냉랭한 분위기는 지속되었다. 팔공산에 데려가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잔을 하면서 내막을 들어보니 남편은 휴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놀아주며 아내를 쉬게 해주려는 의도였고, 아내는 아이들만 챙기고 자기에 대한 애정은 소원해진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오래 쌓여 있던것 같았다. 누군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아가 강하게 홀로서기를 하면 부부사이의 문제도 좀 더 수월해질텐데...


​[결론]
단풍이 많이 들었다고 생각해 막상 가보면 벌써 스산한 바람이 낙엽들을 다 떨궈 버리는게 가을이다. 짧은 가을이 가기전에 단풍구경 가야하듯이 영화도 상영관에서 내려오기 전에 얼른 보시길 바란다.

영화를 추천해 드리고 싶은 대상은 가을만 되면 실연의 상처가 되살아 나는 분, 의존과 집착에서 벗어나 세상에 우뚝 서고 싶은 분들, 그리고 고전 영화 카사블랑카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다.


P.S.

마지막으로 비긴 어게인 OST 전곡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 링크와 제일 좋았던 애덤 리바인의 "Lost Stars "가사를 부록으로 담아 드립니다.


Begin Again OST (Deluxe Version) - Full Album




Lost Stars

Please, don't see
Just a boy caught up in dreams
And fantasies

Please, see me
Reaching out for someone
I can't see

Take my hand
Let's see where we wake up tomorrow
Best laid plans
Sometimes are just a one night stand

I'll be damned
Cupid's demanding back it's arrow
So let's get drunk on our tears

And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t's hunting season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Searching for meaning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Who are we?
Just a speck of dust
Within the galaxy?

Woe, is me
If we're not careful
Turns into reality

But don't you dare
Let our best memories bring you sorrow
Yesterday I saw a lion kiss a deer
Turn the page
Maybe we'll find a brand new ending
Where we're dancing in our tears

And God,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t's hunting season
And the lambs are on the run

We're searching for meaning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I thought I heard you out there crying
But just the same

And God, give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It's hunting season
And this lamb is on the run

Searching for meaning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I thought I saw you out there crying
I thought I heard you call my name
I thought I heard you out there crying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But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Songwriters
Brisebois, Danielle / Alexander, Gregg / Lashley, Nick / Southwood, Nick

Published by
Lyrics © EMI Music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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