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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사회

이강인, 클린스만, 정몽규, 축협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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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클린스만, 정몽규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

아시안컵 결승 진출 실패 이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파문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지탄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세 사람인 이강인 선수, 클린스만 감독,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에서도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필자는 모 기업 홍보실에서 일했던 경력으로 인해 국내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가장 많이 작성해 본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나름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적지 않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큰 사건이 터지면 더 큰 위기를 만들기 전에 언론과 국민 여론 등을 잘 살피고, 전략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세 사람과 축협 모두 매우 미숙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1. 이강인의 문제

이른바 탁구 사건이 터지면서 이강인 선수는 전 국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건의 경위와 진상은 제가 알길이 없지만, 사건이 터진 후 이강인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은 아쉬운 점이 많이 보입니다.

<이강인 선수의 사과문>

 
사건이 미디어에 보도된 후 이강인 선수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발빠르게 올렸습니다. 대응 속도면에서는 신속한 편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사과문을 보면 뭔가 개운치가 않습니다. 이강민 사과문에서 가장 잘못된 점은 무엇일까요?

A.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적지 않았다.
B. 사과의 대상이 잘못되었다.
C. 사과의 방법과 수단이 아쉽다.
 

일단 제대로 잘 작성된 사과문 사례를 한번 살펴 봅시다.

<무신사 사과문 사례>

사과문 중 잘 작성된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무신사의 사과문입니다. 이강민이 쓴 사과문과 다른 점이 느껴지시나요? 무신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고, 그게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 자세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물론 기업과 개인이 쓴 사과문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으나, 이강인이 쓴 사과문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하다가 잘못되었고,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가 없습니다. 언쟁이 일어난 것이 잘못되었는지, 언쟁이 일어난 기사가 나온 것이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A. 무엇을 잘못했는지 제대로 적지 않았다.
사과문의 핵심이자 제일 먼저 제시되어야 할 것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고, 제대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사태 수습을 위한 사과문의 작성 목적을 일차적으로 달성해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건이 어떤 원인과 과정에서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어야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사건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루머의 생성과 부정적인 이슈의 확대재생산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고 디테일한 정보 제공이 필요합니다.

팩트가 왜곡된 부분이 많아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입장과 진실을 제대로 정리하고 사과문을 올리거나, 기자 회견 등을 통해 충분한 추가 정보를 미디어에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두루뭉술하고 애매한 사과문으로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기 힘듭니다.

사과문이 중요한 것은 위기 대응에 있어 상황을 조기 수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기가 잘못한 것이 없다면 사과보다는 진상 규명이나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이 맞고, 자신이 조금이라도 잘못한 점이 있어 사과를 할거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B. 사과의 대상이 잘못되었다.
이강민의 사과문을 보면 사과의 대상이 국민입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 1차적인 사과의 대상은 같이 경기를 뛴 동료 선수들이 되어야 하고, 국민들이나 팬들은 2차적인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이강민의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같이 경기를 뛴 동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로 인해 마음의 상처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부상까지 입은 주장 손흥민이 그중에서 가장 먼저 사과를 해야 할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주먹을 휘둘러서 부상을 입힌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경솔한 언행으로 결과적으로 그것이 주장 손흥민 선수의 손가락 부상까지 초래되었다면 그것을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사과해야 합니다.

이렇듯 사과의 대상이나 순서가 잘못되었으니 국민들이 또 분노를 하는 것입니다.
 
C. 사과의 방법과 수단이 아쉽다.
사태가 불거지자 가장 먼저 사과문을 올린 타이밍은 늦지 않았다 하겠으나 그 방법이나 형식이 다소 아쉽습니다.

사과문은 보통 모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에 올려야 합니다. 사과문을 보도자료의 형식으로 언론사에 배포를 하거나 인스타그램의 고정 게시물로 충분한 기간동안 게시되어야 함에도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스토리 형식의 게시물을 올린 것이 아쉽고, 형식도 SNS 게시물이 아닌 언론과의 기자 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강인 선수는 선수 캐리어까지 날릴 수 있는 인생 최대의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이 상황을 만회할 유일한 기회가 딱 한번 남았다고 보는데, 당장 손흥민 선수와 동료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마음을 담아 제대로 사과하는 동영상이라도 하나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제대로 기자회견할 시간이나 여유도 없을것 같네요.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은거 같습니다. 사과문 다시 적을거면 아래 내용이라도 좀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발 법적대리인 통해서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전 국민들하고 법적 소송할 거 아니면 말입니다. 

2. 클린스만

클린스만은 더욱 가관입니다. 경기를 패배하고도 실실 웃지를 않나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고, SNS 게시물이나 화상 회의로 일방적인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끝입니다. 

<클린스만 감독 인스타그램 캡쳐1>

문제의 탁구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올린 게시물입니다. 선수들에게 팀 플레이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던졌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거 올릴 시간에 전체 선수단 소집해서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감독하고 선수들하고 인스타로 썸타는 사이입니까? 감독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안하고 이게 뭐하자는 걸까요?

<클린스만 감독 인스타그램 캡쳐2>

이제는 마지막 인사도 인스타그램으로 하네요. 카톡으로 이별 통보하는 한심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대회 종료하고 일주일이라도 한국에 머물면서 전력분석회의도 같이 하고, 경질되더라도 제대로 된 기자회견이라도 마지막으로 했더라면 욕을 좀 덜 먹었을거 같은데... 뭐 이미 경질되었으니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고 봅니다.
 

3. 정몽규 회장과 축협의 문제

이번에는 정몽규 회장과 축협의 문제를 한번 살펴 봅시다.  우선 축협은 이번 사태 악화의 가장 큰 주역 중에 하나라고 봅니다. 

우선 '더 선'의 보도가 있고 팩트체크를 국내 언론들이 시작할 때의 문제입니다. 축협의 주요한 역할이 선수들을 보호하고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대변해 주는 것인데 이 중요한 역할을 초기에 모두 실패합니다.

저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대한축구협회에는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없거나 프로세스가 없는건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런 사건의 파장이 어떻게 커질지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축구협회일 것인데, 왜 제대로 된 공식입장도 하나 준비해 놓지 않고 사실 확인부터 먼저 해줬냐는 겁니다. 사건의 파장을 미처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해줬다면 바보 아니면 고의적 사고입니다.

그후로 제법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공식 입장 하나 나오지 않고, 언론 대응이 참으로 엉망진창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대형 사고가 터졌다면 24시간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추고, 온오프라인 통합 위기대응 전략을 수립 후 제대로 된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합니다. 아니면 각종 추측과 루머가 정말 걷잡을 수 없어 만들어지고 사태는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죠. 기존의 전통적 미디어 대응 방법이나 프로세스로는 안됩니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는 그 원인이 둘 중에 하나일 경우가 많은데, 첫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서의 역량이나 경험이 매우 부족한 경우입니다. 부서가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리빌딩 중이거나, 업무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조직이 너무 경직화 되어 있어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치 않아서입니다. 이런 전시상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실무 책임자가 최고의사결정권자와 다이렉트로 소통하면서 실시간 판단과 대응을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게 여의치 않으면 총체적 난국이 발생합니다. 최근 대통령실이 사고치는걸 보면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보통 이 두가지 문제가 다 있는 경우도 많구요.

그리고 다음은 정몽규 회장의 문제입니다. 정몽규 회장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타이밍이 늦었다는 겁니다. 

2014년 코오롱 그룹 산하의 경주 리조트에서 폭설로 건물이 무너져 대학생 10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부상당하는 큰 사고가 있었습니다. 보통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우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서 현장에서 사태 해결을 하는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드물었었는데, 코오롱의 이회장은 사건 발생 9시간만에 현장에서 사고 대응을 진두지휘하여 해결하면서 위기대응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코오롱그룹 이웅렬 회장>

물론 이번 축협 사태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큰 재난 사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국민적 관심도나 분노는 어떤 재난사고보다 큰것도 같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와 여론이 전달되고 확산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기도 하고, 정치나 경제 침체 등 여러 여건 상 모든 국민들이 힘든 상황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었고, 새로운 희망을 얻고 싶었는데 그것이 어처구니 없는 원인으로 무너지자 실망이과 분노가 큰 국민들이 많기도 해서인것 같습니다.

이런 큰 위기에서는 최고경영자가 최대한 현장에 빨리 나타나 솔선수범해서 사태를 해결하고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최고경영자가 나타나기 전에 결정되는 것이 없으니 실무 담당자들이 내보낼 메세지도 궁색해지는 것도 아주 큰 문제가 되구요.

이럴 때 벤치마킹해야 할 사람은 삼성 이재용 회장입니다.  삼성병원의 메르스 사태 관련 사과문과 이재용 회장의 대응 사례는 아직도 위기 대응에서 성공적으로 꼽히는 사례입니다. 이때 나온 사과문에 대해서는 "이재용의 사과문이 회자되는 이유"란 글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이런 사고에서 최고경영자가 어떤 태도와 메세지를 가져야 하는지를 여러 케이스를 잘 벤치마킹해보시기 바랍니다. 삼성은 우리나라에서 위기대응을 가장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됩니다.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이 위기대응을 가장 잘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대형사고를 제일 많이 쳐봤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런 오지랖 넓은 긴 글을 쓰게 된 것은 지금의 사태로 인해 축구국가대표팀이 흔들리고, 이것이 다음 월드컵에 부정적인 효과를 끼치는 더욱 큰 위기를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순수한 팬의 심정에서 한번 써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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