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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대리운전 기사 : MDA-0094 MDA-0094는 로봇 대리운전 기사이다. 도시 전체의 교통을 통제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이 운영되고, 거의 모든 차가 완전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이 시대에 대리운전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었다. 몇몇 인간들은 수동 트랜스미션이 장착된 클래식 카를 아직도 몰고 다녔다. 그런 인간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돈이 대단히 많은 부자 아니면 수동 운전 차량이 필요한 특수한 직종의 사람들. MD-0094의 이름은 제리였다. 딱딱한 모델명을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므로 의인화된 이름을 회사에서 붙여주었다. 차량 운전이라는 것은 교통 당국에서 제공되는 실시간 교통 정보와 제리에게 내장된 시각 센서와 레이저 거리 측정 센서에 입력되는 정보들을 조합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가끔 출현하는 돌.. 더보기
Deactivate account 회사의 인트라넷에 접속하자마자 읽지 않은 메세지들이 1,308건이라는 메세지가 계속 깜빡거리고 있었다. 쌓여 있는 메세지들 목록을 주르륵 역순으로 흝어보았다. 다행이 큰일은 없었던것 같았다. 몇 가지 자잘한 오류를 처리하고 간만에 페글에 친구들이나 보러 갈 까 하던 찰나 팀장의 메세지가 팝업되었다. "제이크 팀장님이 화상 통화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냥 X 버튼을 누르고 로그 아웃을 하고 싶었지만 지은 죄가 있으니 차마 그럴 수도 없고.... 수락 버튼을 터치하였다. "어디 아팠던거야?" 얼레? 매일 기계적인 업무 체크만 해서 매니저 봇이 아닌가 가끔 의심도 해보게 만들던 양반이 왠 걱정? "아닙니다. 아픈덴 없습니다." "그럼 왜 그래? 휴가원도 안내고 일주일이나 무단 결근을 하면 어떡하나? 죄다 로.. 더보기
꿀벌 보호관 제이드씨의 하루 제이드씨의 직업은 꿀벌보호관이다. 21세기에 생겨난 신종 직업 중에 하나이다. 꿀벌보호관은 연방곤충보호청 소속의 국가공무원으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권한과 책임은 막강하다. 꿀벌보호관은 자연산 벌꿀의 불법 유통을 단속하고 적발 시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꿀벌의 서식지 인근 토지 개발, 전파 사용, 환경 오염 등에 대한 단속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기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에서 꿀벌들의 개체수와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꿀벌들이 잘 자랄수 있도록 각종 지원활동을 수행한다. 관할하고 있는 꿀벌 개체군의 생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조직적 불법범죄 방지와 비상 사태 시에는 주방위군도 동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각종 환경 오염, 농약, 무선 전파의 남용과 지구 자계축의 변화 등으로 지구 전체 생태계에서 .. 더보기
코인팔이 소녀 어느 하락장 밤에 있었던 이야기다. 급격한 김프 하락 탓에 거래소에는 일찌감치 인적이 끊기고 매서운 숏 주문들만이 거리를 떠돌아다녔다. 퍼드마저 내려 거리는 온통 빨간 빛이었다. “코인 사세요.” 코인팔이 소녀가 가냘프게 외쳤다. 소녀의 평단은 검붉게 손실이 나 있었고, 머리 위에는 하얀 대출 이자만이 쌓여 있었다. 앞치마에서 코인을 꺼내 들며 소녀는 다시 한 번 외쳤다. “코인 사세요.” 소녀의 외침은 너무 작아 금방 뉴스피드에 파묻히고 말았다. 소녀는 하루 종일 코인을 팔러 돌아다녔다. 그러나 상폐된 코인을 사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코인을 파는 소녀를 누구 하나 불쌍하다고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코인팔이 소녀는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코인을 팔지 못했다.. 더보기
노인을 위한 레고는 없다. [AM 04:55] 오늘도 어김없이 김씨는 새벽 5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5분전에 잠을 깼다. 잠을 깨 몸을 뒤척거리기 시작한지는 이미 10분전부터였지만... 몸이 으스스한게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통합리모콘으로 실내 온도를 5도 정도 올렸다가 곧 3도를 내렸다. 월말에 청구될 가스비가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전동 침대를 상승시켜 몸을 반쯤 일으킨 후 정면 천장에 붙어 있는 디스플레이의 전원을 켰다. 본격적으로 노안이 오자 오랫동안 쓰던 답답한 작은 디스플레이를 바꾸고 몇년전에 큰맘 먹고 장기 리스로 구입한 90인치 최신형 디스플레이는 특유의 웅~하는 구동음을 낸 뒤 빠르게 화면을 채워나갔다. "2039년 5월 14일, 당신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토탈 라이프케어(상조회사)에서 날라온 생일축하메시지가 가.. 더보기
금요일의 남자 금요일의 남자 L씨는 오늘따라 굉장히 멍하고 불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었다. 주 4일제 근무가 보편화된 요즘, 3일간의 주말 휴일 첫번째 날인 금요일엔 보통 상쾌하고 즐거운 맘으로 느긋하게 깨어난다. 여유롭게 모닝 커피를 한 잔 마시며 3일간을 어떻게 즐겁게 보낼 것인가를 궁리하곤 하였는데, 오늘은 굉장한 숙취에 시달리며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고 어제 밤의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았다. 분명 목요일의 L씨가 하루 근무를 마치고 스트레스를 푼다는 핑계로 직장 동료들과 우르르 회식에 몰려가 죽어라 술을 잔뜩 퍼마신 것이 분명하였다. 어떻게 귀가를 하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진한 블랙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의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음성으로 작동시킨 후 중요한 뉴스들과 .. 더보기
미래로부터 온 이메일 드디어 인류 마지막 고객의 호출이 왔다. 호출 장소는 핀란드에 위치한 핵대피 벙커에서였다. 오랜기간 동안 벙커에서 살아남은 몇 명의 생존자들 중 마지막 인간이었다. 절망감과 고립감을 이기지 못해 생존자들은 집단 자살을 하였고, 마지막 생존자는 홀로 오랜기간을 버텨냈지만 식량과 식수가 거의 고갈되자 어쩔 수 없이 위성통신망을 가동하여 테슬라 로보택시를 호출하였다. 위성통신망에 자신의 위치를 노출한 이상 살인 로봇들인 킬러독들이 추적을 시작해 득달같이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로보택시를 콘트롤하는 인공지능인 도지넷은 근처에 가동이 가능한 테슬라 차량들을 모두 보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로보택시 배차를 위해 만들어진 도지넷은 전 지구상 마지막 남은 승객의 호출에 응답하기 위해 가능한 자원을.. 더보기
3차 세계대전을 막는 방법 pisy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를 위해 미 국방성이 만든 인공지능이었다. 이 놈에게 주어진 임무는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지하고 방어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간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중간의 군사 충돌 위험성이 고조됨에 따라 pisy는 하루에도 수 십만번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였다.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수 년내에 남중국해와 대만, 한반도에서 국지전이 발생하여 미국과 중국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이란의 핵무기 공격에 이스라엘이 이에 즉각 핵무기로 응징하게된다. 이는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국들의 연쇄 반응을 일으켜 결국 전 세계 인구의 99%가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비상 상황이 도래하자 미 국방성은 인공지능에게 선제적 .. 더보기